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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가 힘들 땐 미술관에 가는 게 좋다'

등록 2025.06.11 07:00:00수정 2025.06.11 07:4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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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가 힘들 땐 미술관에 가는 게 좋다'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예술은 정말 우리를 회복시킬 수 있을까.

스트레스가 일상이 된 시대, 창밖 풍경이나 명화 한 점이 건네는 감정의 울림은 ‘기분’ 이상의 변화를 유도한다.

이 책 '뇌가 힘들 땐 미술관에 가는 게 좋다'(윌북)는 이 감정의 실체를 신경과학으로 조명한다.

최근 한국어판으로 출간된 이 책은, 미국에서 ‘올해의 책’으로 꼽힌 베스트셀러다. 저자는 뇌과학자인 수전 매글리오치(Susan Magsamen)와 디자인 전략가 아이비 로스(Ivy Ross). 과학과 예술의 접점을 ‘신경미학(neuroaesthetics)’이라는 개념으로 풀어내며, 미적 경험이 뇌에 미치는 실질적 영향을 밝힌다.

우리는 왜 특정한 그림 앞에서 감탄하고, 어떤 음악에선 눈물이 날까. 책은 “예술 감상은 단순한 시각 자극이 아니라, 뇌 전체가 반응하는 복합 작용”이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미술관에서 원화를 볼 때는 복제품보다 10배 이상의 감정 반응이 일어난다는 연구 결과도 인용된다.

신경과학에서는 이를 ‘신경가소성’으로 설명한다. 감동은 뇌의 회로를 다시 쓰고, 감정의 깊이에 따라 기억의 층위가 바뀐다. 예술은 뇌를 변화시키는 ‘경험’인 셈이다.

치유와 학습의 열쇠가 된 예술

이 책은 예술이 ‘회복’의 언어가 될 수 있음을 여러 사례로 보여준다. PTSD를 앓는 퇴역 군인들이 가면을 만들어 상처를 표현하고, 세밀화를 그리며 트라우마를 다스린다. 알츠하이머 환자는 음악 감상을 통해 감정을 회복하고, 아이들의 집중력은 미술교육을 통해 개선된다.

건축, 브랜딩, 교육 등 실생활의 영역에서도 예술은 새로운 접근법으로 활용된다. 코로나19 당시 뉴욕의 한 병원은 의료진의 피로를 낮추기 위해 자연 친화적 디자인을 도입했고, 스타벅스는 위기 극복 전략의 중심에 문화예술을 세웠다.
"호기심은 진화에 필요한 요소 중 하나로 인간의 뇌에 장착되었다. 인지신경 과학자들은 호기심이 예측 불가한 세계에서 최선의 결정을 내리기 위해 걱정 같은 다른 신경 활동들과 함께 위협 감지 체계의 일부로 1000년에 걸쳐 발달했다고 본다. 호기심 덕분에 우리 선조들은 ‘이 붉은 열매는 먹어도 안전할까?’ ‘돌멩이 두 개를 맞부딪쳐 불꽃을 일으키면 어떻게 될까?’ ‘이 나뭇조각 끝을 뾰족하게 깎으면 어떻게 될까?’ 같은 의문을 품었다."(258쪽 〈잘 사는 삶〉 중에서)
이 책은 결국 묻는다. “우리가 예술을 좋아하는 건 단지 아름다워서일까?” 예술이 우리를 감동시키는 이유는, 우리가 그것을 ‘느끼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감상은 감탄을 낳고, 감탄은 살아 있음의 증거가 된다.

책 속엔 이런 문장이 나온다.
“예술은 혀에 단 설탕 이상의 무언가가 될 수 있습니다. 그 불편함은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어요.” (41쪽)
그림 앞에서 울컥했던 경험이 있다면, 그건 감정의 사치가 아니라 뇌의 작동이었다.

예술은 뇌에게도 비타민이다. 오늘 하루, 뇌가 지쳤다면 미술관을 향해보는 건 어떨까. 예술은 언제나 거기서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이 책이 알려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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