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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가사관리사 사업 표류…이대로 본 사업 동력 잃나

등록 2025.06.15 07:00:00수정 2025.06.15 08: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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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범사업 1년 연장…본 사업 계획은 오리무중

도입단계부터 최저임금·전문성 등 잡음 계속돼

尹 도입…정권 바뀌면서 사업 확대 어려울 듯

가사관리사들, 근로계약 연장하면 3년 체류 가능

[인천공항=뉴시스] 공항사진기자단 =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필리핀인 가사관리사들이 지난해 8월 6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2024.08.06. photo@newsis.com

[인천공항=뉴시스] 공항사진기자단 =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필리핀인 가사관리사들이 지난해 8월 6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2024.08.0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고홍주 기자 = 지난해 정부가 저출생 대책으로 야심차게 도입했던 외국인 가사관리사(가사도우미) 사업이 표류하고 있다.

도입 당시부터 최저임금 적용 논란, 전문성 논란 등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데다, 시범사업에 비판적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의 집권으로 이대로 본 사업을 시행하지 못하고 시범사업에서 그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15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 확정될 예정이었던 외국인 가사관리사 정식 사업 계획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은 지난해 오세훈 서울시장과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 등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와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홍콩과 싱가포르처럼 외국인 가사관리사들을 도입하자는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적극 검토를 지시하며 사업은 급물살을 탔다.

정부는 공청회 등을 거쳐 필리핀에서 100명을 선발, 고용허가제(E-9) 인력으로 시범사업을 시작하기로 했다. 필리핀은 정부가 공인하는 'Caregiving(돌봄)  NC Ⅱ' 자격증을 발급하고 있다. 제도 도입 논의 당시 전문성에 대한 우려가 많아, 정부 발급 자격증 제도가 있는 필리핀을 택한 것이다. 또 영어·한국어 능력 평가와 건강검진, 마약·범죄이력 등 신원 검증 절차를 거쳤다.

가장 논란이 됐던 최저임금 적용 제외는 받아 들여지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국제노동기구(ILO)의 차별금지협약 비준국으로, 차별금지 협약에 따라 내국인과 외국인 간 동일 수준 임금을 보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의 시급은 최저임금에 4대보험료 등 간접비용을 포함한 1만3940원으로 책정됐다.

하지만 이를 두고 이용료가 너무 높아 실효성이 있겠느냐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로 신청 가구 43%는 소득수준이 높은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에 집중된 것으로 파악되기도 했다.

현재는 최저임금 인상분을 고려해 1만6800원으로 이용료가 소폭 올랐다. 가사관리사들은 근로기준법 등 노동법제 적용 대상인 고용허가제 인력으로, 1년 이상 1주에 15시간 이상 근무하면 30일분 이상의 평균임금을 퇴직금으로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교육기간에 대한 수당이 제때 지급되지 않아 '임금체불' 논란이 일어나는가 하면, 2명이 숙소를 무단이탈해 강제출국 조치를 당하는 등 잡음이 이어졌다.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지난해 9월 24일 서울 강남구 홈스토리생활 회의실에서 열린 서울시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 관계자 간담회에서 김선순 서울시 여성가족실장, 한은숙 고용노동부 외국인력담당관, 외국인 가사관리사 자스민 에리카, 조안 등 참석자들이 대화를 하고 있다. 2024.09.24.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지난해 9월 24일 서울 강남구 홈스토리생활 회의실에서 열린 서울시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 관계자 간담회에서 김선순 서울시 여성가족실장, 한은숙 고용노동부 외국인력담당관, 외국인 가사관리사 자스민 에리카, 조안 등 참석자들이 대화를 하고 있다. 2024.09.24. [email protected]


당초 정부는 시범사업을 6개월로 설정했으나, 종료인 2월 이후에도 이용할 수 있도록 시범사업 기간을 1년 늘렸다. 상반기 중 본 사업을 확정하겠다는 계획은 오리무중인 상황이다.

김민석 고용부 차관은 5월 출입기자단과 가진 간담회에서 "(본 사업 도입이) 쉽지 않을 것 같다. 만족도는 84%로 나타났지만 돈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제도를 둘러싼 비판의 목소리는 계속되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시범사업 연장이 발표되자 논평을 통해 "두 차례 임금체불, 생활고에 2명 이탈, 숙소 통금시간 제한, 돌봄과 그에 수반된 가사노동 수행이라는 불명확한 업무범위 문제 등을 어떻게 개선해나갈지 보완 방안을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며 "정책 재검토가 절실하다. 지금이라도 노동조합, 당사자들과 보완 방안 논의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 소속 서울시의회 의원들이 주축이 돼 지난 12일 개최한 '불안한 체류, 배제된 노동권: 필리핀 돌봄노동자의 목소리' 토론회에서는 가사관리사들이 아이돌봄 외에 영어교육, 반려동물 돌봄, 시댁·친정 파견 등 계약 외 업무를 요구 받은 적이 있다는 가사관리사 인터뷰 내용이 공개되기도 했다. 전반적으로 관리감독이 부실하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탄핵되고 정권이 바뀌면서 본 사업 시행은 더욱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사업 계획단계에서부터 공공연하게 반대 입장을 표명해왔다.

지난 2023년 이소영 당시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수십년 전부터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운영 중인 홍콩과 싱가포르의 출산율은 한국과 함께 세계 최하위권"이라며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육아와 일이 양립 가능한 사회, 부모가 아이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하는데 오히려 '대신 봐줄 사람이 있으니 괜찮지 않으냐'며 부모들을 일터로 떠밀려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다만 본 사업 시행 없이 이대로 시범사업이 종료된다고 해도 이미 국내에 들어온 필리핀 가사관리사 인력들이 곧바로 귀국 절차를 밟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범사업이 1년 연장되면서 이들의 취업기간도 총 3년으로 연장됐다.

고용부 관계자는 "이대로 사업이 종료된다고 해도 근로계약이 갱신되면 계속 가사관리사로 일할 수 있다"며 "원칙적으로 고용허가제 인력은 사업장 변경 시 업종 내에서 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호텔, 음식점 등 서비스업 내에서 변경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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